4년전에 발로 번역한거 조금 교정해서 올립니다.
조금이라고 한건........앞으로 더 수정 될 수도 있고...
교정을 제대로 본건지 나도 잘 모르기 때문에 -_-;


10주년 기념때 나온거니까 (2004년)
4~5부 정도의 이야기로 생각하심 되용 ㅋㅋ
유우키는 아직 대학강사 되기 전.
Posted by hatsy
:
역리(逆理) - Paradox - 2
원작 : 사키야 하루히



--- 에이, 14세, 여름.

촤악, 문 밖에서 물 소리가 났다. 책상앞에 앉아 크로키북을 펼치고 있었던 에이는, 뒤이어 아버지의 귀가 찢어질것같은 무서운 노성이 울려퍼지는 것을 듣고서 한숨을 쉬었다.
에이의 방은 넓은 집 안에서도 가장 문쪽에 가까운곳에 있다. 그 때문에 아버지인 이치노미야 세이란(一之宮 清嵐)이 방문객과 다투는 일따위를 자주 듣는 일이 많았다.
또 젊은 화상(畵商)이 왔나, 질리지도 않고 두드려맞고 내쫓기고 있겠지. 매번 이런 시골까지 잘도 찾아온다고 기가막히지도 차지도 않는다.
평소라면 그대로 내버려뒀을터였다. 그러나 다시한번 물이 뿌려지는 소리가 난 후에 [우왓]하는 비명이 들려와서 화들짝 놀랐다.
[설마, 사람한테 뿌린거야?]
중얼거리면서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이 집에는 아직 수도는 들어오지 않는다. 뒷마당에 우물이 있어서 문 근처나 현관앞에는 물을 길어올리는 나무통을 두고있는데, 그건 정원수에 주기위해 있는 물이라서 목욕하고 남은 물이거나 쌀뜨물이거나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더러운 물을 아무리 초대받지 못하는 손님이라곤 해도 머리위에서부터 뿌린다고 하면....
완고한 아버지라면 그럴 법 했다. 파랗게 질려서 에이는 방에서 뛰쳐나왔다. 그러자 복도의 반대편에서부터 작업복을 걸친 작은체구의 아버지가 거친 발소리를 내며 걸어 오고 있었다.
[아버지, 방금 그건.]
[냅둬라!]
벌건 얼굴의 세이란은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작업실로 들어가버렸다. 쾅 닫혀진 문은 그 후에 그가 열지 않는 한 절대로 열리지 않는다.
내버려두라고 해도, 에이는 그럴 수 없었다.
사교성이 없는 아버지는 늘 사람들과 다투어서 그 탓에 화단에서도 그다지 평판이 좋지 않은 듯 했다.
모처럼 이과회(二科會)회원이 되었는대도 내부에서도 틀어지고 있다는 것 같다.
유일하게, 온후한 성품덕에 세이란과 교류가 있는 오사키(大崎)라는 화상은 [저래서는 선생님에게도 좋지 않은데...]
라는 말을 했었다.
무엇보다 아무리 세이란이 성격이 불같다곤 해도 물을 뿌리는것은 도가 지나치다. 하다못해 아들로서 사과정도는 해야할 것 같았다.
안쪽 현관에서 게타를 신고서 마당으로 나간 에이는 그곳에 정장차림의 남자를 보고서 걸음을 멈췄다.
상대방도 에이의 게타가 정원석을 밟는 소리를 들었는지,갑자기 얼굴을 들어 미소지었다.
[이런.보기 흉한 모습이라 죄송합니다.]
나이는 에이보다도 10살은 위일까. 낭낭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남자는 아버지가 끼얹은 물을 뚝뚝 떨어트리고 있었다.
원래는 깔끔하게 빗질로 정리되어있을 앞머리는 흩어져 잘생긴 이마위로 늘어져있다.
그래도 조금도 흉해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에이는 생각했다.
젊디 젊은 뺨을 흘러, 끝이 모인 앞머리로 떨어지는 물. 그 모든것이 빛을 머금고 여름의 햇살을 받은 남자 그 자체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듯이 보였다.
뚫어져라 목소리도 내지 않고서 홀려있던 에이에게 남자는 이상하다는 표정도 짓지 않았다.
영화배우처럼 단정하고 이목구비의 골격이 뚜렷한 얼굴로 생긋 세련된 미소를 띄워보였다.
찌릿할정도로 멋진 모습에 에이의 가슴이 이상하게 고동친다. 한참을 홀려서 말없이 서있기만했던 에이에게 깊은 색의 시선이 향했다.
[......무슨 일 있나요?]
[아뇨......아닙니다.]
황급히 머리를 숙여 에이는 그의 넓은 어깨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저기, 지금 수건.....아, 아니 타올 가져올께요]
말하고 나서야 에이는 수건이라는 말을 쓴 자신의 촌스러움이 창피하다고 생각했다.
화악 뺨을 붉힌 순간, 남자는 마음속까지 들여다본 듯한 눈을 한 다음, 쾌활하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아무리 여름이라곤 해도 역시 이래선 감기에 걸릴 것 같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옷은 괜찮으신지요.]
[마르고나면 괜찮겠죠.]
그렇게 말해도 질이 좋아보이는 양복의 어깨는 색이 변해서 에이는 은근히 마음을 졸였다.
몸에 걸치고있는 쓰리피스 양복도 그의 당당해보이는 체격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애당초 이런 시골마을에서는 이렇게 세련된 모습의 사람은 드물다. 게다가 고급스러운 맞춤양복이라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옷을 입고있는 청년은 본 적도 없다.
카나가와의 시골에서 삐뚤어진 아버지에게 짓눌려 살아가는 에이에게 있어서 도시의 향기를 걸친 그는 영화에서 뛰쳐나온것 처럼 눈이 부셨다.
[저기, 이걸 쓰세요.]
[친절하시네요. 감사합니다.]
연말 선물로 받은 고급타올을 찾아내 내밀자 그는 순간 그 물건의 값을 매기는 듯한 눈빛을 했다.
시골에서 자란 에이에게는 시선이 몸 속까지 내리쬐이는것 같아 무의식적으로 뺨을 붉혔다.
길고 하얀 손가락이 에이에게서 타올을 받았다. 순간 손가락끝이 닿는것 만으로 찌리릿하고 저리는것 같아 에이는 황급히 가늘은 팔을 움츠렸다.
타올로 머리칼과 어깨를 닦아내자 역시나 살짝 얼룩진 티가 났다. 이런 고급스러운 옷을 변상해내라고 하면 아버지는 어쩌시려고 그러나 핏기없는 얼굴을 하고있자 낮고 녹을것 같은 달콤한 목소리가 에이의 의식을 빼앗았다.
[그런데, 당신은 문하생이십니까? 아니면 아드님 이신가요?]
퍼뜩, 에이는 등을 꼿꼿히 펴고서 허리춤에 걸쳐두었던 손을 꽈악 쥐었다.
[아, 네. 이치노미야 에이, 입니다. 아버지가 대단히 실례를 범했습니다.]
에이는 가슴이 잘못된건 아닌가 싶을정도의 가슴의 고동을 느꼈다. 당황해서 얼굴을 붉히는 소년을 앞에 두고서 남자는 어디까지나 우아한 몸짓으로 달콤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저야말로 실례.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는 후쿠다 코우지 라고 합니다. 작은 화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내밀어진 명함에는 도쿄, 니혼바시의 주소가 표기되어 있었다. 이 젊은 나이에 도심의 제일 좋은 곳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건가. 에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존경의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
[에이 씨도 그림을 그리시나요?]
[에?]
명함만 뚫어져라 보고있었던 에이는 갑작스런 질문에 놀랐다.
[손바닥의 여기에 검은 가루가...]
후쿠다는 오른손 손목에서부터 손바닥 근처까지를 스윽 긴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놀란 에이가 떨었다.
[아아, 이건 연필가루가 아니네요. 목탄의....]
지적하고있는 후쿠다에게 뭔가 아주 부끄러운 것을 보인듯한 기분이 들어 에이는 팔을 등 뒤로 돌렸다.
(부끄러워)
새까맣게 더럽혀진 손끝은 그렇지 않아도 거칠었다.
이 집에선 쇼와 후기가 되어도 아직 옛날방식의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미 전기밥솥이나 가스로 데우는 욕탕따위도 일반가정에 보급되어 있었다.
냉장고의 보급율도 일반가정에선 50퍼센트를 넘어셨다는데, 아직도 보존은 우물물이나 지붕 위.
밥을 지을때는 가마솥을 쓰고 목욕물을 데우는것도 아직까지 장작을 쓰고있다. 그러한 노동을 하는것은 전부 에이였기때문에 가늘은 손가락은 매일 일에 치여 갈라졌다.
원래부터 이 집에서 태어나 자랐다고는 해도 에이는 생가의 환경이 불만이었다.
도쿄올림픽 덕분에 이 시골집에도 칼라 텔레비젼이 들어왔지만, 거기에서 흘러넘치는 대량의 정보는 에이에게 있어서 도시의 동경을 키워주기만 한것이 아니라 강한 울분까지 가져왔다.
(내 손은, 더러워)
눈 앞의 후쿠다의 손은 하얗고 아름답다. 그에 비해 아무리봐도 때가 끼고 더러운것 같은 자신이 부끄러워 에이는 작게 몸을 움츠렸다.
[왜 그러시죠?]
과민한 반응에 남자의 긴 속눈썹이 가볍게 떨린다. 다정한 물음에 시골 촌놈의 수치따위는 들키고 싶지 않아서 에이는 목탄가루로 더러워진 손을 난폭하게 문질렀다.
[아버지에겐, 아버지에겐 비밀로 해주세요.]
[비밀? 왜죠? 아드님까지 그림의 길에 들어서는것을 선생님께선 반대하시나요?]
[그건...그분이 말하는 대로의 그림을 그릴때만...이예요.]
긴장으로 새파래진 얼굴로 에이는 토해내듯 말했다. 후쿠다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것은 좀 이상하다. 하지만, 쌓여있던 답답함은 한계에 달해 있었다.
본격적으로 유화를 배우고 싶다고, 미술학교에 가고싶다고 말했을 때 아버지는 일본화가의 아들이 무슨 소릴하냐며 일축했다. 본래 이 일대를 다스렸던 지주이기도 한 이치노미야가의 후계자였던 세이란은 도쿄이술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일본화가가 되려고 했었다.
하지만, 시대가 안 좋아 졸업후에 바로 징병. 퇴역하고 나서 돌아온 곳엔 가족도 전부 다 잃고서 에이의 어머니도 힘든 출산 끝에 에이를 낳자마자 세상을 떠났다.
남겨진건 광대한 토지와 유산뿐. 그리고 전쟁으로인해 사람을 싫어하고 삐뚤어진 성격이 더 심하진 아버지를 두고서 인간관계가 급급하게 잦은 화단의 사람들은 그의 그림을 [부자의 도락]이라고 비꼬았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원인이라고 할 에이에 대해서도 곤란해하는것도 알고있다.
함께 살고있어도 최저한의 의사소통을 하는 정도로 마음의 교류따윈 없는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아무대나 내버려두면 좋을텐데 거스르는것도, 떨어져 사는것도 허락하지 않은 채 입을 열기만 하면
[넌 그냥 시키는대로 하면 된다.] 하며 고함만 지른다.
에이는 그런 아버지와 둘이서 있는건 견딜 수 없었다. 주변에는 아무런 자극도 없고 이런 생기없는 환경에 있는 견딜 수 없는 괴로움.
언제까지 시골 촌구석에서 썩어 있을 순 없다. 언젠가 도쿄에 가서 여러가지것들을 배우고싶다는 마음이 세이란을 향한 반발감과 더해져 나날이 커져만 갔다.
[아버진 당신이 알고계시는 그대로의 성격이세요. 생각도 완고하시고, 제멋대로죠. 서양화를, 유화를 배우고 싶다고해도.....]
[에이 씨가 배우고 싶어하는것을, 허락하지 않으신다고요?]
꾸벅하고 고개를 끄덕인 에이에게 후쿠다는 [흠] 하고 생각하는 얼굴을 했다. 난처한듯이 눈썹을 찡그리는것을 보고서 그제서야 자신이 첫대면인 남자에게 갑자기 불평을, 그것도 가족의 치부를 흘려버렸다는 부끄러운 짓을 한 것을 알고 얼굴이 벌개졌다.
[죄송합니다. 당신에겐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을]
[아뇨아뇨. 그것보다 만약 괜찮으시다면, 저에게 그림을 보여주실 수 있으신가요?]
갑작스런 요청에 에이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후쿠다는 방긋 미소지으며 [저도 미술학교에서 화방에서 배운적이 있어요.] 하며 매혹적인 저음으로 말했다.
[안타깝게도 그쪽 방면으론 싹을 틔우지 못했지만요. 저 자신도 학생시절에 주변의 환경이나 돈이 없어 결국 예술에 몸을 담을 수 가 없었습니다.]
[그러셨나요?]
[네. 역시 부모도 저를 이해해주지 않으셔서요. 결국 지금은 연락을 끊은 상태이고, 에이 씨의 지금의 고통도 이해합니다.]
후쿠다의 말에 에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감을 느꼈다. 마치 에이의 마음을 손에 쥐듯이 알고있는것 같다고, 그런 달콤함에 가슴이 설래었다.
[환경이나 정황에 져서 젊은 재능을 잃어버리는건 아깝습니다. 그러기에 화상으로서 누군가의 힘이 되고 싶어요.]
지긋이 눈을 바라본다. 당당한 어른의 남자에게 예우받고이는것에 에이는 왠지 자신이 굉장한 존재라고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
[제가 전공한것도 유화니까요. 조금은 어드바이스가 될지도 모릅니다.]
[저, 정말인가요?]
그러니 그림을 보여달라고 두번 세번 부탁해왔다. 그런 말에 굶주려있었던 에이는 군소리없이 별채로 안내했다.
그리고나서 지금까지 그려둔 대량의 그림을 후쿠다에게 조심스래 내밀었다.
[그냥 독학으로...부끄럽습니다만.]
몰래 모아둔 화구들은 집에 드나드는 오사키에게 아버지에겐 비밀로 해달라며 졸라서 얻은 것들이었다.
세이란은 이 별채에 스스로 찾아오는 일이 없다. 대개는 자신의 작업실에 갇혀살았기 때문이다.
[어떤가요.]
에이의 그림을 앞에두고서 후쿠다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역시 촌뜨기 어린애가 분수도 모른다고 비웃고있을까.
마치 자기 자신을 평가당하는듯한 침묵에 가슴이 떨렸다.
하지만, 침묵끝에 후쿠다는 눈을 빛내며 황홀한듯 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말로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아무에게도 사사받지 않고, 혼자서 이걸?]
[아, 네. 화집같은것은 모사해봤습니다만, 나머진 예전에 봤던걸 기억해서......]
아직 에이가 어렸을적에는 세이란의 친분으로 미술전시회에도 갔었었다. 그 때 세이란의 그림이 아닌 다른 장소에 전시되어있었던 힘있는 유화에 마음이 설레어 견딜 수 없었것이 계기였다.
양식미를 지키며 밋밋한 색감의 일본화는 전통이 있는 만큼 파벌의 힘도 쎄다.누군가의 사사를 받지 않으면 살아가기가 힘들다는 적나라한 이야기도 귀에 못이박힐정도로 들었던 탓에 에이는 일본화의 세계 그 자체에 답답함밖에 느끼지 못했다. 그 속에서 혼자서 싸우는 세이란도 결국은 시골에 처박혀 패배자처럼 살고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것보다도 에이는 그 진하고 무거운 격정을 그대로 화폭에 때려넣은 듯한 그림에 감명을 받았다.
많은 해외의 화가들이 가난한 생활속에서도 자신을 갈고 닦아 혼을 담아 그림을 그렸다고하는 일화도 울분이 많은 젋은 에이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하고 생각했어요. 저만의, 나만의 그림을. 절대로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리고 싶어요.]
변변치 못한 풋내나는 이상론을 후쿠다는 부정하지 않았다. [압니다.] 하며 온화하게 웃으며 약간 어려운 얼굴을 한다.
[하지만, 그림을 계속 그리려면 환경이 필요합니다. 혼자서 공부하는것엔 한계가 있죠. 좁은 환경에 있으면 그것이 전부라고 착각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도 늘지 않아요.]
[....네.]
반박할 말도 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것이야 말로 에이가 걱정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쿠다의 눈에는 역시나 자신의 그림따위는 재미없는 종이조각에 불과했겠지.
자신이 분수도 모르는 어린애라는 자각은 있었고, 지식욕은 있어도 채워지지 않는다. 그것이 욕구불만을 더더욱 악화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 방법이 없다. 오사키는 세이란 몰래 화구나 다른것들을 몰래 건내주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세이란의 아이에게 주는 선물』일 뿐이었고 진심으로 그 아버지를 거스르면서까지 에이의 후원을 해주지는 않는다. 대체 어떻게 하면.....고개를 떨구고 입술을 깨물자, 후쿠다가 말했다.
[저라도 괜찮다면, 힘이 되어 드릴까요.]
[엣.]
얼굴을 들자, 후쿠다의 든든한 미소가 그곳에 있었다.
[당신에게 그림을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전문적인 학교에 다니는것은 이 집에 있어선 어려울지 모르지만, 제가 가지고있는 지식도 괜찮다면, 당신에게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그, 그렇지만, 왜.]
이유를 모르겠다며 에이는 고개를 젓다가 문득 생각났다.
[저, 저기. 저에게서 아버지에게 뭔가를 부탁하려 하신다면 못합니다. 그 분은 제가 말하는건 듣지를 않으시고 오히려 중재를 하려 한다는걸 알면 오히려......]
[아아, 그런게 아닙니다. 에이 씨. 진정하세요.]
힘이 될 수 는 없다고 말하는 에이를 후쿠다는 쭉 뻗은 손가락으로 막핬다.그 검지손가락은 왜인지 에이의 입술 위에서 멈췄다.
손끝에선 독특하고 달콤한 냄새가 났다. 후에 그것이 그가 태우는 권련과 향수가 섞인 향기라는걸 알게됐지만, 그 당시의 에이는 단지 어지러운 달콤함에 현기증을 느낄 뿐이었다.
[세이란선생님의 일은 아직은 관계없습니다. 전 에이 씨. 당신의 이야기를 하고있으니까요.]
알겠나요? 하며 천천히 입술을 더듬는 손가락이 떨어져갔다. 찌릿찌릿하게 떨리는 등에 필사적으로 힘을 주며 에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붉어진 뺨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으며 후쿠다가 말했다.
[확실히 거칠기는 하지만,아무것도 누구에게도 배우지 않은 채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면, 제대로 기술을 가르쳐주고 싶어요. 분명 크게 될겁니다.]
[그, 그렇다면!]
기대와 흥분에 에이가 눈을 빛내자, 후쿠다는 덧붙였다.
[한동안은 세이란 선생님에게는 비밀로 이쪽으로 오겠습니다. 당신도 외출정도는 할 수 있지요?]
[네. 시간만 지킨아면......아니, 어떻게든 하게습니다. 할겁니다!]
[이정도의 재능을 묻히게하는건 너무나 아까워요. 에이 씨는 분명, 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화가가 될겁니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달라고 필사적으로 기도하던 소년에게 있어서 너무나 감미로운 말이었다.
필사적으로 눈앞에 내밀어진 먹이를 에이는 물었다. 그것이 그토록 바라던 구원이었다고 ---- 그것이 자신을 옭아매기위한 독거미의 줄이라는것을 모른 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 채, 후쿠다의 손을 잡고 말았다.
흥분한 채로 에이와 후쿠다는 그 뒤에 긴 대화를 했다. 좋아하는 화가의 계통도 이상론도 후쿠다는 가끔은 에이의 유치함을 타이르면서도 대부분 [그렇죠]하며 긍정하고, 격려해주었다.
너무나도 그대로, 게다가 첫대면에 모든것을 다 받아들이는것이 얼마나 위험한것인지를 어린 에이는 몰랐다.
그리고 10살도 연상인 남자가 어린애의 무지함에 파고드는것이 얼마나 쉬운것인지조차, 물론 이해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이 사람밖에 없다며, 단 한번밖에 만난적이 없는 남자의 모든것을 믿어버렸다.
[......처음 뵙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통하는 기분이 들어요.]
[저, 저도, 저도예요!]
눈앞의 남자에게선 에이가 동경해 마지않던 도시의 소탈한 냄새가 났다. 전신에 넘처흐르는, 상류층인간 특유의 오만함마져 이 당시의 에이에겐 눈부신것으로밖에 비춰지지 않아서 ---- 울분때문에 그 안에 있는 잔혹성따위를 읽어낼 정도로 14살의 에이는 단련되어있지 않았다.
대화를 하는 동안에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헤어져야 할 무렵, 세이란 몰래 후쿠다를 차가 있는 곳까지 배웅하던 때에 그는 허리를 굽혀 에이의 손을 잡았다.
[꼭 다시 오겠습니다. 다음주에.]
[기다리겠습니다.]
잡아 쥔 손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후쿠다의 손가락에 아무런 꿍꿍이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알고있어도, 일부러 모른척 했을지도 모른다.
빛나는 미모의 남자가 에이를 칭찬해주고 이끌어 준다는것에 취해했는 순간에는 피부의 부드러움을 확인해보는 남자의 손길따위는 사소한 것이었다.
(2009/06/23 01:36)
Posted by hat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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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리(逆理) - Paradox -
원작 : 사키야 하루히

 

손끝이 살짝 움츠러드는 겨울밤이다. 창밖에선 얼음같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싸구려 아파트의 귀퉁이방은 노후되서인지 눅눅한 냉기가 천천히 스며들어 온다. 추위에 거칠어진 볼을 문지르자 건조한 감촉이 들었다.
책상으로 향해 움츠러든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쥐고, 시험삼아 쓰기를 두 번, 세번.
오랜만에 써 보는 몽블랑의 잉크가 썩지 않은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가 빠진 컵에 한 가득 따른 커피를 홀짝인다.  [맛없네]하고 혼잣말을 하고선 이치노미야 에이(一之宮 衛)는 살짝 웃었다.
싸구려 나무의자에 앉은 채로 몸을 비틀자 삐그덕 삐그덕 하는 소리가 난다. 마치 자신의 몸 속에서 나는 소리 같다.
만년필과 함께 올드 파이렉스의 퍼콜레이터 (※여과장치가 달린 커피주전자)를 꺼낸것은 오랜만이다.
끓어오르고 여과하길 반복하는 이 장치에다 끓인 커피가 맛없는건 당연한 일이지만, 드립용 필터나 종이팩을 살 돈도 없으니 별 수 없다.
애당초, 커피원두같은 사치품을 손에 넣는것 자체가 최근의 에이에겐 없었던 일이다.
그런 것을 마실 돈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하나뿐인 아들의 먹을것을 사는대 쓰고싶다고 에이는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밤의『손님』이 선물로 두고 간 커피는 이제 막 3살이 된 아이(藍)는 마실 수 없으니, 하는 수 없다.
방금 간 원두인데도, 퍼콜레이터로 끓인 그것은 향도 맛도 형편 없었다. 하지만 따뜻한 커피따위를 마셔보는 일은 오랜만이다. 그것만으로 조금은, 병들은 가슴이 어느정도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왕이면, 우유쪽이 더 좋았는데. 그러면 아이(藍)가 마실 수 있는데]
혼자 중얼거려 보지만 그런 요구를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라 쓴웃음이 나왔다.
이미 30대 후반이 된 에이이지만, 이 유럽의 나라에선 20대 중반의 청년으로도 보여지지 않았다. 덕분에『팔리지 않는 그림을 사는 대신에』라며 몸 팔기를 강요당한다.
이 몸의 어디에 그런 가치가 있다는건지 놀라웠지만 지금은 팔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팔고싶다.
좀 전까지만해도, 예전에 배운 농간을 부리며 몸을 비틀었었다. 오랜만에 항문에 삽입되서 꽤 피곤했지만, 젋은시절에 조교가 다 된 몸은 의외로 유연하고 튼튼했다. - 표면적인 것만을 말하자면 이지만.
한숨을 쉬자, 창가의 침대쪽에서는 [파아파?]하는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묵직하게 짓누르던 피곤이 그 사랑스러운 목소리 만으로도 풀린다.
그림도구와 최저한의 가구이외에 아무것도 없는 싼 아파트의 한 켠. 그 끝에 있는 어린이용 침대의 주변만은 밝고 청결하게 해 놓기로 요 3년간 노력하고 있다.
[아이(藍).....아이. 깼니?]
들여다보니 얌전한 우리아기는 쌔액쌔액 잠자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잠꼬대였던 것 같다.
『손님』이 오는것은 아이가 잠들었을 때만으로 한정되어있다. 이 곳과는 커튼을 치고 목소리를 낮추고는 있지만 아이의 의식이 깨어있을때 만큼은 역시나 못할 노릇이다.
깊게 잠드는 아이라서 다행이다. 남자가 자신의 항문에 넣는 소리나 그외의 다른것을 들키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에야 언제나 에이는 안심을 한다.
[파파는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꺼야]
살포시 안아올려도 아이는 깨지 않는다. 아직 우유냄새가 나는듯한 세 살배기는 꽤 무거워졌다. 아이가 무거워진건지 에이의 체력이 떨어진건지 확실히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이 무게를 무엇보다 기쁘게 고맙게 느낀다.
살짝 숨을 쉰 순간, 가슴의 안쪽에 찌릿하고 타는듯한 통증이 일었다.
[....큿]
콜록, 목의 안쪽이 울려 기침을 참으며 필사적으로 호흡을 가다듬는다. 요즘들어 기침이 심해져서 늑골이 삐끗거린다. 아마도 쇠약해진 몸이 기침에 견디지 못하고 뼈에 금이 간 모양이다.
아이는 꼼지락 꼼지락 눈을 비비며 동그랗게 맑은 눈을 반짝거리며 떴다.
[......파파?]
[아, 아아. 깨워버렸네]
홀린듯이 웃어보이자 아이의 새까만 눈이 멀뚱히 쳐다본다. 어린애의 시선은 동물의 그것과 닮아있다. 깜빡임이 적고 직선적이라 어른의 부정함을 탄 몸이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일순의 긴장은 아이의 배에서 들려온 [꾸우욱]하는 귀여운 소리에 풀어져버렸다.
그러고보니, 아직 저녁밥도 먹이지 않았다. 오후에 손님이 와서 심심해진 아이는 그대로 잠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걸 빌미로 이루어진 방 한구석에서의 정사의 피곤함과 양심의 가책이 에이의 가슴속의 애뜻함을 한층 더 무겁게 만든다.
[배 고프지?]
[응....파파는?]
물어봐도 아이는 내쪽을 신경쓰는 말을 먼저 한다. 이렇게 어린 아이인데도, 에이가 피곤하다는걸 잘 알고있다.
눈꼬리가 찡하고 뜨거워진다. 작고 부드러운 몸을 흔들어주면서 에이는 달래는 듯한 말을 한다.
[파파는 좀 피곤하지만 괜찮아. 편지 쓸때까지 기다릴래? 그리고나서 바로 밥 지을께. 조금만 더 자자. 이따가 깨워줄께]
[네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동그란 뺨이 사랑스럽다. 다시 한번 어린아이의 등을 톡톡 두드리고서 재웠다.
좀 더 안고있고 싶지만 어젯밤에 피를 토한지 얼마 안됐다. 깨끗하지 않은 방안에서 함께 살고 있으면서 완벽히는 어렵겠지만 아이에게 감염되지 않도록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결핵따위, 이미 정복된 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면역력의 저하가 병을 좌우한다.
몸을 깍아서라도 아이에겐 영양가 있는 것을 먹이고 있다. 덕분에 얼굴색도 좋고 뺨도 동글동글한 어린애로 자라주어서 괜찮을거라고 믿고 싶다.
[잘 자렴, 아이]
건강한 숨소리를 확인하고서 에이는 만년필을 들어올리며 맛없는 커피를 마셨다.
불에 직접 끓일 수 있는 내열유리용기인 파이렉스의 올드. 혹은 클래식이라고 불리는 이 물건은 1940년부터 1960년대 후반까지 제조된 것을 말한다. 일본에선 일부 열광적인 팬이 있는 듯한데 단순히 새 것을 살 여유가 없어서 계속 써오고 있지만 팔면 조금은 생활에 보탬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은 외국이고 이러한 물건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도 없다.
1980년대 중반 - 후에 거품경기라고 불리우는 전야의 시대다.
때때로, 신문이나 뉴스에서 가끔씩 보게되는 모국의 들뜬듯한 경기상승에 불안함을 느끼는것은 역시나 에이가 이단이기 때문일까.
무엇보다 이 탁하고 향기도 없는 커피를 마시고 있자면, 이 맛을 처음으로 에이에게 가르쳐 준 그 남자를 떠올리게 된다.
그에게서 도망친지 벌써 20년 가까이 지났구나 하고 떠올려보면 가라앉았던 가슴의 안쪽이 찌릿하게 저린다.
콜록 콜록 기침이 나와서 내장이 떨리는 감각에 뜨거운 한숨이 올라왔다.
구토감을 목 안쪽으로 밀어누른 순간, 좀 전에 삼켰던 『손님』의 정액 냄새까지 올라오는것 같아서 에이는 혐오감에 얼굴을 찡그렸다. 벌컥 커피를 마셔 얼버무린다.
(메구, 미안해. 난 역시 이런 식으로밖에 살아갈 수밖에 없어)
아내로서 오랫동안 곁에 있어주고, 죽기 바로 직전까지 에이에게 살아갈 의미를 안겨주었던 메구미(愛)에게
결국은 변하지 못한 자신에 대해 사죄했다.
이 3년간, 그녀가 죽고나서 에이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을 했다.
그림을 그리는것 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리가 없어 연줄에 의지해 번역일이나 부업까지. 그런대로 건강했을 적에는 일용직같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좀 더 벌 수 있었을테지만, 안타깝게도 힘 쓰는 일에는 맞지가 않았던 듯 해서 결국은 과로로 몸을 망치고 말았다.
마음이 맞는 후원자를 찾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에이보다도 연하지만 큰 화랑의 후계자로 안기기만 하면 에이의 그림을 사 준다.
말라 비틀어진 몸뚱아리에게 사랑을 속삭이며 나에게 오라며 유혹할정도로 진심으로 대해주는건 미안하고 고맙게 생각하고는 있지만 --- 그가 바라는 애정을 되돌려줄 수 없는 이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그래도 한 때 버려지듯이 이 사람 저 사람 상관없이 몸을 맡기던 시절과는 성질이 다르다.
이미 더럽혀진 손과 몸이다. 그래도 아이(藍)를 키우기 위해서는 겉모습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어차피 오장육부 안쪽까지 더렵혀진 육체일뿐이다. 더러움따위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버려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파파가 사랑하는건 아이뿐이야......]
속삭임은 스스로에게 하는 말 같았다. 방 한구석에 세워 둔 이젤에는 의뢰받은 풍경화. 재미라곤 요만큼도 없는 평범한 그 그림을 파는것도, 몸을 파는 것도, 에이에게 있어선 전부 굴욕이었지만 아이를 건강히 키우기 위해선 사소한 고통이다. 그래도 가끔씩 가슴이 사무치는 밤에는 떠올리기 싫어도 생각나는 말이 있다.
--- 매춘부(hooker)는 육체를 팔고, 창부(prostitute)는 사랑과 꿈을 팔지.
--- 그러니 넌 일류의 창부가 되렴.
남자인 에이에게『그 사람』은 그런 하찮은 말을 했었다.
그 당시의 에이는 손톱 끝까지 그 남자의 것이었다. 『물건』으로서만 존재했었다.
그 이상의 관계와 이유를 거부한것은 서로가 똑같아서였다.
하지만, 그가 사랑해준 육체도 정신도 이제는 썩어가기 일보 직전.
편지같은걸 쓰려고 생각한건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늘의 손님도 욕망을 채우기위해서 왔다기보다도 친구인 에이에게 동정을 품고 약간의 돈을 꿔주려고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마음이 편치 않다면서 입으로 봉사해주겠다고 청한건 에이쪽이었다.
『전략, 후쿠다 코우지님』
계절인사 따윌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애당초 새해가 밝은지 얼마 안 된 추위 속에서 쓰는 이 편지가 배를 타고서 일본에 도착할쯤에는 계절이 한번 바뀌어 있을테지.
『당신에게 남기는 글을 쓰는것은 이것이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미련에 연연해함을 알리는 절 어떻게 생각하실지요. 그래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속에서 생각나는 것뿐이라곤 당신과 보냈던 그날의 일들 뿐이었습니다.』
편지를 쓸 때 후쿠다는 꼭 만년필을 썼었다. 볼펜은 유성잉크가 뭉쳐서 아름답지 않다고 그런 세세한 것까지 신경을 쓰는 그 남자는 아름답고 남자답고 에이에게 있어서 절대적인 존재였다.
『다 지난일을 이제와서야, 하고 웃으실지도 모르겠지만 꼭 지금 알고싶은 것이 있습니다.
어째서 우리들은 당신이 말씀하셨던 "하찮은 세상"에 흔히 있을 법한 다정한 정에 얽매인 관계로 평온하게 지내지 못했던 것일까요. 어째서 저는 당신에게서 도망가는 길을 선택해버린걸까요.』
여기까지 쓰고나서 에이는 자신이 적은 문장을 찢어버렸다.
손끝에 묘한 힘이 돌아 글씨가 떨렸기 때문이다. 기침을 참는 순간 필치가 흩어져서다.
아름답지 않은 이 문자를 후쿠다의 눈에 보여서는 안된다 --- 논리적이 아닌 단지 그렇게 [정해져 있는 것이다]라고 느낀 순간, 역시 그 남자에게서 끝까지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을 저주스럽게도, 애뜻하게도 여긴다.
깊게 숨을 쉬고서 이제는 차갑게 식은 커피를 마신다. 휴우 하고 숨을 쉬면 방안의 정적이 귓가에 울린다.
쌔액 쌔액 하고 아이의 숨소리가 들린다. 힘이 들어간 어깨가 조금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커피컵을 놓고서 다시 한번 만년필을 쥐었다. 잘못쓰기를 자주 해서는 안된다.
이제 편지지라고 할만한 종이는 앞으로 몇장밖에 남아있지 않다. 잉크의 잔량도 얼마 안된다.
『전략, 후쿠다 코우지님』
올드 파이렉스의 제조가 종료된 1960년대의 후반에 두사람은 만났다.
만나서는 안 될 해후였을지도 모른다.
(2009/06/18 03:28)




[백로시리즈]의 외전 蜜は夜よりかぎりなく의 세가지 단편중 마지막 단편입니다.
백로시리즈의 주인공인 "이치노미야 아이"의 아버지 "에이"의 이야기로 가장 찡하게 울면서 읽었던 부분이라
혼자선 죽을 수 없어! 란 마음에 올립니다만.....어떨지요....(에로씬 어쩔래 나님아....)
읽기전에 미리 [백로 시리즈]를 알고 보시는걸 추천합니다. 드라마시디라는 좋은 물건도 있고 ㅋㅋ
아이의 이름이 하필이면 아이(藍)여서 문맥 전달하기 참 애매하네요 -_-;;;;
그보다 앞으로의 에로를 어찌 할지....(먼눈)


3살짜리 아이의 목소리를 키시오 다이스케로 필터링하시면 지는겁니다.
덧붙여 에이의 CV는 토오치카 코이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Posted by hatsy
:
양키어랑 싸우느라 요새 쩜 소홀했습니다....하하하하
정말 끝이에요.....ㅎㅎㅎ
코우키도 바보지만, 리이치도 바보랍니다.......(먼눈)
+) 올려놓고보니 뭔 오타가 이리도 많은지 -_-;;

Posted by hatsy
:
秋霖高校第二寮
copyright@kei TSUKIMURA
Translated by hatsy



[마작하자고 꼬시는거면 전에 빌린거나 갚고 말씀하세요 야자키 선생님]
[와하핫. 아니 그 얘기가 아니라 제2기숙사쪽, 신입생한명정도 어떻게 안될까? 자투리가 남아서 곤란혀]
......자투리? 자투리라고? 열받는다.
알록달록한 남자가 처음으로 내쪽을 보더니 갑자기 내 머리를 턱턱 쓰다듬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하자, 남자다운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으음, 마침 우리 꼬맹이들이랑 체형도 비슷하고, 딱 쓰다듬기 좋은걸]
우리 꼬맹이? 젊어보이지만, 신장 160센치 전후의 아이가 있다는건 보기보다 나이가 있다는건가.
[제2기숙사는 융통성이 있으니까, 하나나 둘 정도는 괜찮아요. ......에에, 너 이름이 뭐야?]
[오쿠무라 사토루예요]
[오쿠무라군 이구나. 짐은 그거뿐이니?]
종이상자를 턱으로 가리킨다. 내가 끄덕이자, 세개나 되는 상자를 가볍게 들어올리며,
[가자]
뭐라 할 새도 없이, 제1기숙사를 나와버렸다.
상황파악도 안된 상태에서 난 나머지 짐들을 쓸어모아 알록달록한 셔츠를 뒤따라갔다.







[이게, 기숙사?]
반쯤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알록달록한 남자는 [띵동~]하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슈우린고교 제2기숙사. 꽤 가정적이지?]
......갖다 불이면 다 말이 된다.
요즘 세상에 파워윈도우가 아닌 너덜너덜한 카롤러를 타고 온 제2기숙사라는곳은, 오래된 주택가의 한켠에
가라앉듯이 서있는, 지저분한 그냥 일반 주택이었다.
너무나 가정적인 집과 좁아터진 사택(社宅)이 지긋지긋해서,아버지의 전근을 기회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개인실의 기숙사생활을 꿈꿔오던 난,
시작부터 금속방망이로 뒤통수를 얻어맞은듯한 심경이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망설이지말고 런던에 따라갔을 텐데.
[우선 짐들은 여기에 둘께]
방심상태의 날 옆에 두고서 이시다 선생님은 집앞에 주차시켜놓은 카롤러에서 종이상자를 능숙한 솜씨로 꺼내, 대문의 안쪽으로 옮겼다.
대문은, 발로 한번 차기만 하면 죽은 흡혈귀처럼 재가 될것 같았다.
그 정도로 녹이 슬어있었다.
그곳에서 현관으로 이어지는 좁은 앞마당도 참담했다.
안으로 점점 들어가자 새롭게 싹을 내기 시작한 잡초들에게 침식당해, 디딤돌이 거의 보이지 않고 있었다.
선생님은 현관 앞에서, 반쯤 진흙에 덥힌 화분을 들어올렸다.
쥐며느리인지 갯강구인지 자세히는 알 수 없는 벌레가 이리저리 흩어져, 등골이 찌릿했다.
그 눅눅한 진흙안에서 신발끝으로 열쇠같은것을 파해처내서, 청바지 뒷주머니쪽으로 쓱쓱 닦아서, 나에게 넘겼다.
반사적으로 받아쥐어놓고선 마음으론 비명을 질렀다.
[현관 여벌키니까 가지고있어]
이제 막 들어온 신입생에게, 벌레가 휘젓고 돌아다닌 열쇠를 넘기다니 너무해!
[뭐,여기 사는것들은 다 제멋대로들이니까, 열쇠따윈 별로 필요가 없지만]
거봐, 말대로잖아, 라고 하는듯이 선생님이 연 현관은, 확실히 열쇠따윈 잠겨있지 않았다.
게다가 그 문살이라는것이, 요즘시대에 새시도 아니고, 검게 탄 나무틀에 금이 간 유리가 끼워져있는 미닫이문인거다.
열고 닫을때엔 끼익끼익 하고 꽤나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후지이 시스터즈 있냐?]
......시스터즈?
의아해하고 있을때, 어둑한 복도의 모퉁이에서 불쑥 얼굴이 나타났다.
[아,키이쨩, 어서와~♥]
무서울정도로 예쁜 그 얼굴이 내뱉은 말엔 [하트마크가 붙어있어!]라고 생각 할 수밖에 없는 말투였다.
하지만, 아무리 예뻐도 신혼집같은 핑크색 앞치마를 두르고 국자를 들고있어도 아무리 봐도 내 눈에는 남자로 보이는데.
이게 후지이 시스터즈인지 뭔지 하는 사람인가?
[지금, 미키랑 같이 저녁밥 준비 하고있었어. 키이쨩, 식사랑 목욕, 어느쪽부터 하고싶어?]
[응~. 난 우선 노조무가 좋은데]
덥썩, 갑자기 선생님은 눈앞의 미소년을 끌어안았다.
난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꺄하하하. 선생님, 여전히 나이스 리액션이야! 방석 3장! .....아이코 이런]
미소년은 그제서야 내 존재를 눈치챈 모양이었다.
흑백의 대비가 확실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갑자기 국자로 선생님의 머리를 옆으로 후려쳤다.
[아유,손님을 대리고 있으면, 먼저 소개해야지!]
[.....아파. 선생님을 때리다니 배짱한번 좋구나]
[제자를 덥치는게 훨씬 더 대담한거 같은데?]
머리를 끌어안고 주저앉은 이시다 선생님에게 과격한 농담을 퍼부으며 노조무라고 하는 미소년은 씨익하고 날 향해 웃었다.
그 시선이 문득 내 손의 두둑한 가방에서 멈췄다.
[아, 설마 신입생? 여기 들어오는거야?]
[아, 네...저기.....]
[럭키! 이야~ 여기 제1기숙사하곤 달라서 사람이 적어서 외로웠거든. 한명정도는 신입이 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어.
미키도 좋아할꺼야. 미키! 미키! 신입생이야!]
갑자기 손목을 잡혀서 신발도 벗는둥 마는둥 마루끄트머리에서 끌려올라갔다.
끌려간곳은 오래되고 어두운 부엌이었다.
[미키, 신입생이야]
뒤돌아본 얼굴을 보고서 나도 모르게 기겁.
미소년인 노조무선배와 완전 똑같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쪽은 목 언저리에서 찰랑거리는 부드러워 보이는 머리카락이나, 갸냘퍼보이는 체격으로봐서 여자라고 알았다.
[어머! 귀여워♥]
미소녀는 역시 하트마크를 날리면서 다가왔다.
[1학년? 이름이 뭐야?]
[오, 오쿠무라 사토루예요......저기, 두분은 쌍둥이세요?]
[응. 내가 후지이 미키고, 저쪽이 후지이 노조무. 따끈따끈한 2학년이야.......저기 오쿠무라군, 오쿠쨩이라고 불러도 돼?]
갑자기 긴장감없이 웃으며 그런 소리를 듣자, 온 몸의 힘이 빠질것 같다.
[오쿠쨩이라니 엄마놀이할때의 아빠역 같잖아. 이름으로 사토쨩이라고 부르는게 백배 귀여워]
[사토쨩이라고하면, 저기 약국앞에 서있는 오렌지색 코끼리잖아. 촌스러~]
오쿠쨩이다. 사토쨩이다. 하고 본인을 앞에 두고서 두사람은 쓸데없는 말싸움을 시작했다.
[아, 저기, 어느쪽이든 상관없으니까, 그만 싸우세요]
동생들의 싸움을 말리는게 일상다반사였던 나날에서 겨우 해방되는 줄 알았는데, 이래선 집에 있을때랑 다를바 없잖아!
[자자, 쓸대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밥 먹자. 애칭따윈 하타노가 돌아오면 지어달라고 하자]
이시다 선생님이 불쑥 끼어들어, 쌍둥이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저 톡톡 두드리는 모습은 어디서 본 모습이다.
......설마 아까 말한 [우리 꼬맹이들]이 이사람들인걸까.
그렇다는건 선생님도 여기서 산다는걸까?
남녀가 같이 사는것도 모자라 교사도 함께라니, 엄청난 거주환경이잖아.
혼란스러워하는 날 옆에두고서 하타노라는 사람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쌍둥이는 뚝 하고 싸움을 멈췄다.
[그럴까. 핫쨩의 센스라면 틀림없겠지]
[키이쨩 역시 교사야.머리 좋네. 근데 핫쨩 언제 돌아오는거야?]
[내일쯤 돌아오지 않을까?]
쌍둥이는 [아싸~]하고 환호 하며, 손에 손을 잡고서 뿅뿅 뛰었다.
......하아.
정말로 이 사람들은 나보다 연상인걸까.
슈우린은 절대로 학력레벨이 낮은 학교는 아니니까.머리가 잘못된건 아닐텐데......
그건 그렇다치고 우리집의 초등학생 동생쪽이 훨씬 똑똑해 보인다.


저녁밥은 본카레 골드 였다.
레토르트팩을 대우는걸 [저녁밥을 준비하다]라곤 안하는거 같은데, 저 앞치마와 국자는 대체 왜 있는거야?
잠깐 고민한 나였다.
[자고로 모든것엔 형식이 갖춰져야해]
이런 이상한 해석을 하는 조노무선배에게 더 이상의 질문을 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식사중에 들은바에 의하면,이 제2기숙사에 사는 사람들은, 이시다 선생님과 후지이 시스터즈(확실히 이 두사람은 트윈즈도 브라더즈도 아닌 시스터즈라고 짧은 기간에 나도 납득해버렸다.)
그리고 내일 고향에서 돌아올 일명[핫쨩] 하타노라는 2학년까지가 전부인것 같았다.
이시다 선생님도 후지이 시스터즈도 내가 갑자기 여기에 들어오게 된것에 대해 열렬히 환영해주었고, 뭐 갑자기 내쫓기는것보단 훨씬 나은거겠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나로썬 역시 개인실의 깔끔한 기숙사에 미련이 남아있었다.
오래되고 칙칙한건 그렇다 쳐도, 그건 참는다 해도, 적어도 독방을 원해.
이 집은 1층에 부엌을 포함한 방이 3개, 2층에는 방 2개 라는 구조로, 지금 상태는 각각 방을 하나씩 쓰고있었다.
어차피 가족끼리니까, 미키선배와 노조무선배가 둘이서 방을 같이 써주면 난 독방을 쓸 수 있는데.
저녁식사 후. TV를 보면서 미키선배가 끓여준 단팥죽마냥 단 커피를 홀짝이며, 난 있는 힘껏 내 생각을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노조무선배가 한 발 빨랐다.
[사토쨩은 우선 나랑 같은 방이면 되겠지?]
[에...저기...]
[사양하지 않아도 돼. 거 왜 속담에도 있잖아. "정분나는것도 전생의 인연"이라고]
마시고있던 커피가 기도로 들어가 역류했다.
[나이스! 노조무]
[방석 2장!]
목이 매인 내 옆에서, 미키선배와 이시다 선생님이 뒤집어지면서 방석을 던졌다.
[어래? 왜그래 사토쨩?]
[......아무것도 아니예요]
난 완전히 힘이빠져 테이블위에 엎어졌다.





한동안 방치플레이....
발굴해서 올립....(퍼퍼벅)
귀차니즘...으흐흑....OTL
Posted by hatsy
:
秋霖高校第二寮
copyright@kei TSUKIMURA
Translated by hatsy

[......끄악!]
자신의 비명과 비명의 원인인 발의 통증에 눈이 떠졌다.
[아,미안. 이런곳에 발이 있을줄은 몰랐어]
촐싹대는 목소리와 함께, 남자치고는 얄쌍한 달걀형의 얼굴이 생긋 웃으며 나를 들여다 봤다.
[이런이런, 이제 눈 뜬거야?]
반대편에서, 꼭 빼닮은 (다른건 머리카락 길이와 성별뿐이다) 예쁘장한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상황파악하느라 당황하는 와중에, 여기는 어디? 난 누구? 하고 3번정도 눈을 껌뻑이자, 잠이 덜 깬 머리에 엔진이 걸렸다.
여기는 슈우린고교 제2기숙사의 거실로, 난 어제 기숙사에 막 들어온 따끈따끈한 1학년, 오쿠무라 사토루다.
더불어 날 들여다보고있는 쌍둥이는, 한학년 위의 기숙사 선배로, 그러니까...분명,후지이 노조무 선배와 미키 선배.
[......안녕하세요.]
있는 힘껏 밟힌 발을 문지르면서 잠이 덜 깬 얼굴을 관찰 당하고있는 쑥스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일어났다.
아침엔 강한 편이지만, 어젯밤엔 기숙사에 들어온 첫날이라 안정이 안됐고, 정신적인 데미지도 있어서
꽤나 잠들지 못했다.
덕분에 첫날 아침부터 늦잠을 자버리는 꼴이 됏다.
갑자기 말향냄새가 나는 연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난방용 카페트 위에서 잔 탓에 뻣뻣하게 굳은 목을 돌리며 주변을 둘러보곤 깜짝 놀랐다.
내가 자고있던 곳에서 머리 위 조금 떨어진 위치에 때가 탄 하얀 백합의 조화가 한송이 놓여있고,
그 옆에서 선향이 엄숙한 연기를 피워내고 있었다.
나의 깜짝 놀란 얼굴을 보자마자, 쌍둥이들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거리낌없이 웃는모습으로 타타미를 팡팡 두드리며 예쁜 얼굴을 찡그린채 히익히익 거린다.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기숙사 들어온 첫날부터 이런 유치한 놀림을 당해야 하는거야.
그리고, 도대체 아침 댓바람부터 이렇게 소란스러운건 또 뭐야?
이러면 집에 있었을때랑 전혀 다를바가 없잖아.
난 열이 받은 채, 재라고 판단되는 하얀 분말 - 아무래도 빨래용 세제 같다 - 에서 선향을 골라내서 거꾸로 꽂아 세웠다.
[장례식놀이 같은 저속한 장난은 요즘 중학생도 안해요]
[어머~,오쿠쨩 그런 무서운 얼굴 하지마아. 살짝 장난 좀 친거잖아. 나도 노조무도 오쿠쨩과 친목을 다질 계기가 필요했을 뿐이야.]
미키선배는 달콤하게 늘어지는 목소리로 말하곤, 내 머리를 빙글빙글 문질렀다.
그 옆에서 노조무 선배가, 점잖은 척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그래. 왜, 그런 소리도 있잖아. 귀여운 아이에겐 어항을 씻겨라.]
[......여행을 시켜라. 겠죠]
두사람은 얼굴을 마주보고선 다시 크게 웃기 시작했다.
......첫 대면한지 아직 24시간도 안 지났지만, 난 이 우주인같은 쌍둥이와는 평생 의사소통이 안될 것 같다고 이미 포기 한 상태였다.
[노조무, 아침부터 쌈빡한데? 방석 1장!]
웃음이 가득한 목소리에, 부엌 입구의 비즈발 에서 큰 키가 모습을 드러냈다.
숭고한 이공계 학자와 초라한 술집에서 손님을 끌고있는 야쿠자를 반반 섞어놓은듯한 풍모,
가 어제 이 이시다 키이치 선생님과 처음만났을때의 첫 인상이었다.
[그래도 그런 장난은 진짜로 사람을 상처 줄 수도 있으니까 선불리 해선 안돼]
[우왓! 키이쨩, 선생님 같아~]
[선생님 맞거든? 아침밥 다 됐다.]
[와~아]
쌍둥이들은 5살 아이처럼 해맑은 목소리를 내며 파닥파닥 부엌으로 뛰어들어갔다.
혼자남은 나에게 이시다 선생님은 빙긋 웃어보였다.
[어젠 잘 잤어?]
[네, 덕분에]
수면부족으로 두통이 나는데도,우등생의 미소로 대답해버리는 자신의 성격에 자기혐오.
[그거 다행이네. 오늘 오후 지나서는 하타노도 돌아오니까,같이 상의해서 방 배정을 하자]
어제부터 몇번씩 나온 이름인데, 하타노라는 이름의 사람은 후지이 오누이와 같은 학년의 기숙사생이라고 한다.
[우선 아침식사다.아, 미안한데 신문 가져다 줄 수 있겠니?]
[네]
난 다시 우등생의 대답을 하고선 파자마위에 트레이닝복을 걸치고서 현관으로 향했다.
끼익끼익 거리는 낡은 복도를 걸어, 지금시대에 새시도 아닌 미닫이문을 열고서 현관을 나온다.
오늘부터 4월인데도, 아침바람은 아직도 쌀쌀하다.
녹슬은 대문의 우체통에서 신문을 뽑아꺼내, 난 한숨을 쉬며 [슈우린고교 제2기숙사]라는 건물을 올려다봤다.
확실히 말해, 그건 그냥 일반주택이었다. 그것도 꽤 낡은.
[이미 전쟁도 치뤘다고] 이런 소릴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하는듯한 태고의 옛날에 세워진듯한 너덜너덜한 집이다.


이야기는 어제의 저녘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난 무거운 보스턴백을 매고서 기숙사 복도에 내쫓겨진 채 짐이 담긴 종이상자를 바라보며, 관리인실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기숙사라고해도, 너덜너덜한 집같은 제2기숙사가 아니라 학교에서 도보 5분정도 걸리는 약간 높은 평지에 있는, 저기 저 예쁜 진짜, 내가 들어가기로 한 기숙사 쪽의 관리인실이다.
[미안하네, 오쿠무라군. 그게말야, 이쪽의 방 배정에 실수가 있어서 자네 방이 없어져버렸어.
올해는 입사 희망자가 많아서, 이것 저것 잘못 전해진게 많아져서, 진짜 곤란하다니깐. 와하하하]
호쾌하게 웃는 중년의 사감앞에서 난 할 말을 잃었다.
와하하하 웃을때가 아니잖아. 내가 이 학교에 진학하기로 결정한건 예쁜 개인실의 기숙사가 있어서였고
합격발표날에 방도 미리 둘러봤고,필요한 절차도 밟아놨고....
그랬는데, 이제와서 [자네 방이 없어져 버렸네]라고?
말도 안돼, 나더러 어쩌라는거야!
무역일을 하시는 아버지의 전근때문에 가족들은 이미 집을 정리하고 런던으로 떠나버려 난 돌아갈 집조차 없다.
[아, 이시다 선생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새파랗게 질려서 돌처럼 굳어버린 내 어깨너머로 사감이 느긋하게 말을 건냈다.
뒤돌아보자, 알록달록한 원색셔츠에 청바지차림을 한, 장신의 젊은 남자가 서 있었다.
젊다고 해도 학생으로 보일 정도로 젊지는 않은 [이시다 선생] 이라고 하는걸 봐서는 교사이겠지만.
묘하게 똑 부러지지 못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었다.




--------------------------------------------
여기까지 끊으니까 꼭 이시다선생이 뭔가 있을것 같잖아?!
더 쓴 다음에 공개하려다가 왠지 여기서 끊는것도 재밌을거 같아서 (귀찮아서가 아니라?) 공개.
우리의 핫쨩은 이 다음에 출연...으흐흐흐흐
이미 y마켓에 나온 책이긴 하지만....그쪽은 전혀 모르기때문에 그냥 밀고가기로 했음.
번역본을 몇개 발견해서 스크래치지만...그래도 난 할래..흐흑

+) 외국어표기법에 맞춰서 슈린 이라고 했다가 역시나 아닌거 같아서 슈우린이라고 표기합니다.
Posted by hatsy
:
원작 : 沙野風結子
잠자는 꽃

-나카츠, 넌 정말 고지식하고 흠잡을 곳 없는 남자야.
둥그런 탁자를 받치고있는 네개의 다리에 정교하고 세밀하게 장식된 마호가니 테이블.
거기에 두 팔꿈치를 기대고 아름답게 얽힌 손가락에 호리호리한 턱을 받치고서, 화려한 옷을 입은 청년은 조금은 짖궂은 표정을 띄고있었다.
색소가 적은 눈동자와 머리칼은 창문에서 가끔씩 들이비치는 햇살에 반짝여,촉촉한 피부는 빛을 몇번씩이라도 빨아들여 집안이 빛나는듯 했다.
중성적인 얼굴생김새와 어울려 이 세상의 것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마치 화족(華族)이라는 특수한 피가 섞여 만들어진듯한 예술품같다고 나카츠는 자신의 젊은 주인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아야타카님께서 무엇이든지 좋으실데로 하시니, 제가 고지식하게 될 수밖에 없지요.]
나카츠는 어색한 쓴웃음을 지어보이며, 서양식찻잔에 홍차를 따른다.
재미없다는듯이 코웃음을 치며, 츠키타테 아야타카는 암홍색 액체를 머금었다.그리고.
-뜨거워...
깜짝놀라 몸을 움츠리며, 입술을 손으로 훔친다.
신경을 썻을텐데,홍차가 뜨거운탓인지. 나카츠는 허둥대며, 아야타카가 앉은 의자옆으로 다가갔다.
[아야타카님, 죄송합니다.쓰라리십니까?]
긴 속눈썹을 들어올리며, 아야타카는 나카츠를 원망하듯 바라본다.
-혀, 데인것 같아
나카츠는 탁자위의 물주전자를 유리잔에 가져다 댔다.
차가운 물을 따라 아야타카에게 건낸다.
[입안을 식히십시오]
-....그것보다.
아야타카는 자신의 부풀은 아랫입술을 검지손가락으로 누르더니 살짝 밀어 입을열어보였다.
-핥아주면, 나을거 같은데.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사이에서 붉은 점막이 살짝 내보여진다.
[......]
나카츠의 심장은 일순,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곤 무서울정도로 격렬하게 뛰기 시작한다.
관자놀이의 혈관이 뛰고,순간 눈을 감아버린다. 침묵이 떨어진다.
아야타카는 한숨을 쉬더니, 유리잔의 물이아닌 아직도 뜨거울터인 홍차를 다시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역시 넌, 재미없는 남자야.

***

[아아, 나카츠씨, 여기 계셨네요. 나으리께서 음악실로 홍차를 가져다달라시네요. 시오님의 몫까지]
아리마(有馬)저택의 하녀의 밝은 목소리에, 자신의 방 창가에서 글쓰기를 중단하고 멍하니 있던 나카츠가 정신을 차렸다.
요즘들어 달콤 씁쓸한 추억에 잠길때가 많아진것을 반성하며,나카츠는 재빠르게 홍차준비를 하고서 음악실쪽으로 향했다.
홍차라면 좀전의 하녀에게 들고가게 해도 괜찮았겠지만, 음악실에 들어간 나카츠는, 왜 카나에가 일부러 자신에게 들고오게 했는지 한눈에 납득했다.
카나에는 검은바탕에 선명한 꽃과 새들로 수놓아진 옷감으로 만들어진 중국제의 긴 의자에 느긋히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 넓은 어깨에 머리를 기대듯이 시오는 바이올린을 안은채 잠들어있다.
무척 편안한듯한, 행복한 표정으로 잠들어있다.
그런 시오의 모습을, 보여주고싶었던 것이다.
[시오님은, 꽤나 피곤하셨나봅니다?]
나카츠는 들고온 산뜻한 서양식 그릇들을 테이블위에 놓는다.
[네가 햇빛이 강한때엔 얌전히 있으라고 잔소리를 해대니까 시오딴에는 착실하게 시키는대로 해버리니, 대신에 밤마다 울어대서 피곤해.]
카나에는 시오가 나카츠가 하는 말을 착실하게 지키는게 불만인 모양이다.
[그건 아리마님께서 참기만 하면 될 일 같습니다만]
나카츠가 웃으며 받아치자, 카나에는 슬쩍 나카츠를 노려보며 기대어있는 시오를 내려다 봤다.
[이봐, 나카츠. 요즘사이 시오는 너무 예뻐진거 같지 않아? 덕분에, 내 자제심같은건 없어져버려]
그건 나카츠도 은근히 느끼고있었던 참이다.
폐병이 회복되고 이즈에서 테이토로 돌아온지 4개월.
마치 카나에로부터 받은 정을 양분으로 삼는 듯이, 시오는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변화해가고 있다.
살결도 검은 눈동자도 촉촉하게 미끄러지듯, 청초한 가운데도 깊은 매력을 품고있다.
그덕분에 인형인듯한 아름다운 얼굴이 두드러지는 듯 했다.
아야타카의 눈부시게 빛을 발하는 화려함은 특별한 핏줄, 내면에서의 빛을 머금은듯한 아름다움이다.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늠름하고 곧은 심지를 느낄 수 있어서, 사교장에서도 자신만의 사교법을 몸에 지니셨다.
시오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츠키타테자작 의 후계자다.
......아야타카에게 심취한것처럼 시오에게 빠지지는 않을까, 그래도 나카츠는 시오가 자신의 주인인것에 매우 만족을 하고있다.
[홍차를 우렸으니 시오님을 깨우죠]
포트를 테이블위에 천천히 두고서, 나카츠가 말했을때.
[그 전에 너에게 좋은걸 보여주지]
카나에는 씨익 웃으며, 시오의 턱밑을 손가락으로 살짝 찔러밀었다.
얼굴을 들게 한거다.
[시오]
[응.....]
이름을 부르자 시오는 작게 목을 울렸지만, 눈은 뜨지 않는다.
잠든 시오의 입술에 카나에는 입술을 가져다 댔다.겹친다.시오의 작은 입술이 남자의 두터운 입술에 덥혀 범해진다. 조금 괴로운듯, 시오의 어깨가 움츠러든다.
카나에는 입술을 열고서 내밀은 혀를, 시오의 입술틈으로 밀어넣었다.
그러자 시오의 입술은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남자의 두터운 혀는 벌어진 곳으로 침범한다.
끈적한 꿀이담긴 단지를 휘젖는듯한 소리가 난다.
바이올린을 안고있는 시오의 손가락이 움찔움찔거리며 떨린다.
성교 그 자체인듯한,진한 입맞춤이었다.
그걸 나카츠에게 전부 보여주고나서 카나에는 겨우 시오의입에서 혀를 뺏다.카나에의 혀가 나오자,부드러운 꽃잎이 닫혀가는듯, 붉은기를 머금은 시오의 입술은 천천히 닫혀갔다.
마치 카나에를 위해서만 피는 꽃 같았다.
[어때? 귀엽지?]
입술이 적셔진채로, 카나에가 연인을 자랑하는 남자의 얼굴을 한다.
......그 모습을 봐선,침실에서 주고받는 정담도 분명 달콤할것이다.
이런 카나에의 솔직함이 시오를 단기간내에 이렇게까지 빛나게한것일지도 모른다고, 나카츠는 생각했다.
[......시오님이 매력적으로 변하신건 좋은일이지만, 절도있게 피어날 수 있도록 주의해 주십시오]
[그건 어려운 주문인걸]
시오의 흑발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카나에의 눈이 가늘어진다.
[꽃은 덧없기에 색과 향기와 달콤한 꿀을 흘려보내지.우리들은,그런 꽃에 이끌려 휘둘려질뿐이야]


음악실을 물러난 나카츠는 문을 잠그고 그곳에 살짝 등을 기댔다.
머리속에서, 아직도 아야타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약하고, 지워없어질 듯한 목소리다.
-.......나카츠?
[예,아야타카님]
-아아, 있어줬구나.
유행성감기에 걸릴까봐 아야타카는 침대에 누운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언제든지, 곁에 있습니다]
- 넌, 조금 나에게서 떨어져 자유롭게,즐기면서 사는게 좋을텐데.
[전 아야타카님을 돕는것이,무엇보다도 즐겁습니다]
교만한 곡선을 그리는 어깨를 아야타카는 괴로운듯 살짝 움츠렸다.
- 미안해. 나카츠.
[무슨 말씀이십니까.푸욱 주무시고,빨리 쾌차하십시오]
-......그럴께.
마치 꽃잎이 스르륵 벗겨져 떨어지듯, 아야타카는 얇은 눈커풀을 감는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덧없어서,잠들라고 한건 자신일터인데,나카츠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하다.
[아야타카님]
흐트러지는 목소리를 바로잡으며, 주인의 이름을 불러본다.
그 소리에 대답하는듯이, 아야타카는 야위어 날카로워진 얼굴속으로 아직까지도 탐스런 입술에 옅은 미소를 띄운다.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지, 나카츠는 정중한 손놀림으로 잠결에 흐트러진 주인의 부드러운 머리결을 살며시 손가락으로 정돈한다.
[아야타카님, 전 언제까지나, 여기에 이렇게 있겠습니다]
-------------------------------.
그때부터, 자신은 계속 손을 놓치않고 지키고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분명, 손을 놓치 않은채 지켜갈것이다.
살아남은자의 손이 닿지않는 깊은 잠속으로 져버린. 그 꽃의 환영을........




나리타상 캐릭터가 너무 좋아서 이런 짓까지 해버리고 말았다 -_-;
허접해도 관용을....
아....나리타상 불쌍해 ㅠ.ㅠ
오오카와상 맨날 염장질하면 나리타상 허벅지가 남아나지 않을텐데...흑흑
속편으로 나리타상에게 멋진 애인이 생기길....
그나저나 아야타카의 목소리는 자꾸 노지켄이 떠오르는구나....OTL
(카미야상이나 타이상...타케켄도 좋을텐데 퍼퍽)
Posted by hatsy
:
밑에꺼 이어서....아놔...님하...맨허좀...;_;

Copyright@ Kou AKIZUKI
Translated by hatsy

늦은 저녁식사를 끝내고 [코르소]를 나온것은 이미 11시를 막 넘긴때였다.
소화도 시킬 겸 아파트까지 걸어서 가기로하고, 가랑눈이 얇게 쌓인 길에 두사람의 발자국을 나란히 새겨가면서, 어슬렁어슬렁 아파트 앞까지 왔을때였다.
[어래?]
하고 유우키가 중얼거렸다.
[집의 불, 껐었지?]
[에에]
[근대, 켜져있는대?]
올려다 본 우리들의 방의 창문은, 확실히 밝다.
[서두르다가 끄는걸 잊어버린걸까요?]
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하면서, 어쨌든 들어가는 문의 자물쇠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올라가 우리들의 방문을 열었다.
방에는 환하게 불이 들어와 있어서, 난 더더욱 고개를 갸웃거렸다. 창문이 있는 침실이나 식당의 불은 끄는걸 잊었을지 몰라도 이 응접실의 불은 외출할때 분명히 끈 기억이 있다.
[케이......빈에도 저기,도둑이 있겠지?]
유우키가 긴장한 얼굴로, 안보이는 침입자에대해 경계하는 자세로 소근거렸다.
그때엔 이미 사태에 대해 추측이 된 난, 그 소근거림에 곤란해하며 유우키를 방에서 내보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식당의 문이 격렬하게 열리면서,
<<사랑의 성인 발렌타인에게 영광 있으라!>>
하는 목소리와 함께 날아들어온 일곱명의 악한들이, 시끄럽게 웃으며 어지럽게 우리들을 애워쌌다.
<<여어, 케이!>>
<<놀랐지!>>
<<여전히 멋진 남자잖아!>>
<<휴우, 과연 큐트한 연인이네>>
<<이런 러브리한 연인이면 독점하고싶은 기분도 알겠지만,숨어지내는건 너무 무정한거 아냐?!>>
각자 한마디씩 던지는 엉망진창인 독일어에 눈을 희번덕거리는 유우키를, 우선 품안으로 감싸안고서,난 두통이 올 정도로 시끄러운 녀석들의 정체를 (마지못해!) 유우키에게 설명했다.
[제 친구들입니다]
[아, 꽃다발의?]
[하나도 남김없이 쓰레기통에 처 박아넣고, 문 밖에 소금이라도 뿌려둘걸 그랬습니다]
가슴 깊은곳에서부터 불쾌함이 치밀어올라 그렇게 내뱉은 나에게, 유우키는 (뭐 그럴정도야)하는 식으로 내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주위의 녀석들을 둘러보고선,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다.
[금방 돌려 보낼테니까요]
하고 말한 난 무시하고서, 앙드레를 찾아내자 [잘 냈어요?]하고 악수를 하고, 그리고나서,
[일본어 아시는 분 안계십니까?]
하고 다시한번 7명을 둘러봤다. 반응이 없는것을 보고, 후우 하고 어깨를 늘어트려 한숨을 쉬더니 독일어로 말을 했다.
[당신, 어디에서 들어왔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케이는 내 꺼, 훔치는거, 안된다.]
더듬거리지만, 확실히 말한 유우키가 어떤 표정이었는지는 그를 뒤에서 안고있는 나로썬 알 수 없었지만.
척 하고 오른팔을 들어올려 문을 가리킨 유우키의 손가락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당신, 돌아가. 안녕.]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귀는 새빨갛고, 내 품안에 감싸안겨있는 몸은 뻣뻣하게 굳어있다.
[나, 독일어 서툴러서, 실례. 당신, 내가 말하는거 모르겠습니까?]
유우키는 필사적으로 서투른 외국어를 말하며,귀찮기 짝이없는 불법방문자들을 어떻게 해서든 내보내려고 했다.
그리고,그들이 그런 자신을 재밌다는듯 바라볼 뿐, 전혀 나갈 생각을 안하고있다는걸 알자, 이번엔 일본어로 숨 쉴 틈도 없이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말이죠, 이런 한 밤중에, 게다가 주인도 없는 집에 멋대로 들어와서 손님인 척 하는건, 전 인정할 수 없다는겁니다! 당신들은 깜짝파틴지 뭔지를 할 생각이었겠지만, 전 엄청 불괘합니다! 케이를 만나러 오신것 같은데, 다시 와 주시죠!
제대로 된 시간에, 제대로 된 방법으로요! 얌전히 돌아가 주지 않는다면, 차를 내오는 대신에 양동이로 찬 물을 끼얹을 겁니다! 당신들 같은 예의도 모르는 사람들이 상대라면, 나도 예의따윈 없습니다! 물 끼 얹어도 된단 거죠?!]
유우키치곤 드물게 격렬하게 화를 내며 말을하는데다 문을 가리키며 나가라고 손을 흔드는 만국공통의 제스쳐로, 유우키는 니콜과 일행들에게 자신의 분개를 이해시켰다.
[화나게 한 모양이네]
하고 앙드레가 머리를 긁고, 니콜과 요한도 얼굴을 마주보며 끄덕였다.
<<케이의 애인은 보기보다 고집이 있네>>
<<아무리봐도 밑에 깔리는 역 같은데>>
그 옆에서 프랑츠가 (에?)하는 얼굴로 끼어들었다.
<<애인? 이 애가 케이의?>>
<<그렇껄? 앙드레?>>
<<케이의 저 눈빛을 보면 알거 아냐. 우리들을 내치고 싶어서, 마나님의 [치워라]의 명령을 기다리고있잖아>>
슬슬 내가 입을 열때인것 같았다.
<<여러분들의 메세지가 길가에 버려셔 소금이 쳐져있지 않은건, 그가 막았기 때문입니다.
나와 여러분들과의 관계는, 그날 밤의 바보같은 소동을 함께한 것으로 끝났을 터.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난, 여러분들이 건낸 조건에 응했고, 실행도 했으니까요>>
<<그렇군. 하지만 끝난건 [관계]일뿐, 우정은 계속되자고 하지 않았나?>>
전위시인이며 논리가인 칼이, 아픈곳을 찔렀다.
<<그런대 넌, 빈에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에게 전화 한통의 연락도 주지 않았어. 우정을 맹세한 우리들을 배신한 처사가 아니고 뭐야?>>
<<지금의 전 유부남이라서>>
하고 받아쳤다.
<<신변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는걸, 이해해 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만>>
휘익 하고 휘파람을 분건, 체코인으로 [익살꾼]이란 별명의 장난꾸러니 유그리.
<<유부남인 넌 행복한거~야아~?>>
하고 물어왔다.
<<이 이상 행복한게 없을정도로>>
하고 대답했다.
<<아무쪼록, 우리 악우들도 내가 얻은것과같은 지복의 배우자를 맞이하기를>>
<<아멘>>
하고 진지한듯한 얼굴로 맞 받아친건, 조각가인 루드윅. 하지만 그는, 7명 중에선 가장 이성적인 개인주의자다.
<<좋습니다. 그대가 손에넣은 행복을 존중하는것을, 우리들의 우정의 증표로 하지요>>
그렇게 정리하고선 계속했다.
<<그의 이름을 가르쳐 줄 수는 있는지?>>
하지만 내 대답은 기다리지 않고, 유우키에게 말을 걸었다.
[실례했습니다.다시 올테니, 잘 부탁드립니다. 내 이름은 루드윅 입니다.]
[아, 에에또, 유우키 모리무라입니다]
얼떨결에 대답한 유우키의 손을 잡아 악수까지한 후에, 루드윅은 제5외국어로써 배운듯한 꽤 정확한 일본어로, 다른 여섯명도 소개하고, 악우들을 독촉해서,
[그럼, 또 들르겠습니다]
하곤 돌아갔다.
단, 내 손안에 엄청난 폭탄을 남기고서.
돌아갈 때 내 손안에 찔러넣듯 넘겨준 봉투를, 무심코 유우키의 앞에서 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은건, 운명의 여신이 날 불쌍히 여겨 슬며시 손을 써주신게 분명한 요행이었다.
일곱명을 돌려보낸 후, 유우키는 그들의 습격으로 인한 동요를 진정시키기위해 주방으로 커피를 타러 가, 내가 봉투를 열어보고서......얼굴에서 쏴 하고 핏기가 없어지는것을, 피곤한걸로 본 모양이다.
봉투안에 들어있던 것은, 그날 밤의......날 포함한 여덟명이 전라로 찍혀있는, 바.보.같.은.난.장.판의 증거사진이었던 것이다.
재빨리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있는 힘껏 구겨 쥐었다.
이마에서 식은땀이 나는것을 느끼며, 난 가슴속으로, 알고있는 한의 저주의 말을 마구 중얼거렸다.
성 발렌타인데이에, 난 [만행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교훈의 의미를 뼈저리게 느끼며, 죄와 벌과의 상관관계가 이루어지는 공포에 떨며, 저지할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참회에 의해서 용서를 받는것 뿐이라는 결론에 번민하며 벌벌 떨었다.
하지만......그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회악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밝히는 수 밖에는 없다......
그것도 오늘 밤 안으로. 당신은 내일이면 로마에 돌아가고, 다음에 만나는건 2주 후.
그 사이에, 이 사실이 당신의 귀에 들어가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남자답게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자.
적어도 듣기 거북한 자기변호로는 들리지 않도골, 결사의 참회를 행한 나에게, 유우키는 분명히 받았을법한 쇼크를 억누르고, 억지로라도 웃어줬다.
[일단, 변변치않은 남자인 나로선, 그런걸 할 수 있는 너의 터프함에는 동경할 수밖에 없어, 라고 해야하나.
그리고, 그런 네가 나 하나로 만족해 줄까하는 불안이 무럭무럭....]
[증명 해 보이겠습니다!]
난 맹세했다.
[평생동안, 저의 회개는 완전하다는걸 증명해 보일테니까! 부디 절 용서해 주십시오]
[전에도 말했지만, 나와 만나기전에 생긴일로 널 비난할 생각은 없어]
유우키는 그렇게 날 사면시켜주고, [아, 맞다 맞다]하며 침실로 들어가, 넓적한 책같은 꾸러미를 들고 돌아왔다.
[이건, 내가 없을동안의 내 대역. 이라는건 농담이지만. 널 위한 발렌타인 선물로 그려달라고 한건데, 왕자병환자라는 증거품 같아서 창피해서,건내줄 기회를 놓쳤었어]
그건, 사랑스런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있는 유우키의 사실적인 초상화로, 보자마자 난 무심코 내뱉어 버렸다.
[누가 그려준거죠?!]
유우키는,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하고 눈가에 미소를 띄우며 즐거운듯 쿡쿡하고 목을 울리며,
[알고싶으면, 자백하게 만들지 그래?]
하고 요염하게 혀를 내밀어보였다.
물론 그렇게 할겁니다. 내가 당신의 것인 동시에, 당신은 내것이니까요.
아침까지, 모든걸 자백하게 만들어 드리죠.

-----end------
Posted by hatsy
:
이글루스 시절에 올린것 백업 2006-02-04 01:38
오늘 후지미관련백업 다 해놔야징~~~

무슨 주말 드라마 제목 같습니다; (장미와 콩나물이 생각난;)
쬐~끔 길어서 두개로 나눠서 업로드
아....뒤로 가서 좀 힘들었습니다. 저 닭살부부좀 어떻게 해봐요!! ;ㅁ;

어설픈 번역실력은 재껴두고.....(허흠)

Copyright@ Kou AKIZUKI
Translated by hatsy

이곳 빈의 아파트의 객실에 손님이 왔음을 알리는 차임벨 소리는, 말로 하자면 [딩동]이라고 할만한 음조로, 흔히있는 비상벨같은 버릇없는 [지리링]이나, 소프라노의 붙임성있고 명랑하지만 시끄러운듯한 [핑퐁]보다는 훨씬 마음에 든다.
[손님이다]
하고 문으로 가려는 유우키를,
[제가 나가죠]
하고 뒤쫓아나가, 인터폰의 버튼을 눌렀다.
[누구시죠?]
꽃집이라는 예상대로의 대답에, 받으러 간다고 하고서 통화를 끊었다.
[누구야?]
하고 유우키가 물어오길래.
[물건이 왔습니다]
하고 대답하고서, 이어 말했다.
[받으러 가주실래요?]
그때의 난, 틀림업이 내가 주문한 꽃이 도착했다고 생각했었다.
[응, 그 정도 일이라면 OK야]
가볍게 쓴웃음을 지으며, 농담조로 말한 유우키는, 외국어 컴플렉스가 하나도 개선되지 않은듯 해서, 나와 같이 있지 않을 때에는, 여전히 언어의 장벽에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듯 하다.
어떨때에는 2주간 이상이나 걸리는 개별행동을 한 후에 만나면, 언제나 홀쭉해진 얼굴이 되어있다.
원래부터가 내성적인 성격인데, 거기에 사람을 사귀는 일에도 소극적인면이 있는 그에게 있어서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이국의 말로 교제를 한다는건, 신경적인 중압을 느끼는 고행으로밖에 안느껴지는 듯 해서,[이러면 안돼]하고 생각하는것 때문에 더더욱 힘들어 하는 듯 하다.
내 입장에서는, 빨리 그가 그런 정신상태에서 벗어나기를 빌며, 내가 할 수 있는 조력이라면 해주고있지만......청년정신이 악순환을 낳고있는 듯한 이 문제가 해결될때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걸릴 듯 하다.
그렇다고, 너무 적극적인 사교가가 되는것도 생각해 볼 문제지만.
무엇보다 나의 유우키는, 용모도 좋고 성격도 좋아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조건은 전부 갖추고있다.
만약 지금이, 재력을 가진 귀족이나 그의 부인이 후원자로서 젊은 예술가들을 모으는게 유행이었던 시대였다면, 유우키는 여기저기의 살롱으로 끌려가 욕구불만의 유한마담이나 호사가인 귀족들로부터의 유혹의 추파를, 샤워하듯 받을께 뻔하다.
그런 그가, 어학력이나 사교술을 몸에 익혀 교제의 폭을 넓힌다는건, 나로썬 안달복달 하는 날이 늘어나는 꼴이 된다.
[에에또, 팁 챙겨야지]
하는 말을 남기고 나간 유우키는, 5층을 왕복할만한 시간에 딱 맞춰서 (즉 물건은 순조롭게 받은듯하다) 돌아왔는데.
[자, 이거]
받은 꽃다발을 나에게 내밀었다.
[너한테 온거야]
[네?]
[<친애하는 케이 토우노인에게> 라고 쓰인 카드가 있어]
[그럴리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내밀어진 진홍빛 장미의 커다란 꽃다발 속에서 카드를 집어들었다.
꽃집에서 실수를 한게 틀림없다고, 난 생각했었다.
분명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이름을 잘못쓴거다.
하지만 카드를 읽고나서, 잘못한건 나라는걸 알았다.
카드를 받는 사람은 분명히 나고, 보낸 사람은 니콜 슈바이츠!
[친구야?]
유우키가 미소를 만들며 물어왔다.
난 (신이시어!)하는 기분으로 유우키를 내려다봤다.
아아......오늘이 성 발렌타인의 축일인걸 유우키가 눈치채지 않으면 좋은데......
그럴리는 없다. 어젯밤은 그 화제로 즐겁게 얘기를 나눴으니까.
그리고, 빨간 장미를 보낸 의미도, 물론 유우키는 알고있다.
[제가 주문한 꽃이 온건줄 알았습니다]
우선은 그렇게 둘러댔다.
[당신에게 줄 첫번째 선물일 예정이었는데]
[근대, 먼저 선수친거네]
유우키는 놀리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곤,
[어쨌든 이건 너한테 온거야]
하고 꽃다발을 건냈다.
[바로 반품할테니까요]
대답한 자신의 목소리가 필요이상으로 힘이들어가 있다는걸 자각하고서, 귀에 피가 몰려오는걸 느꼈다.
하지만 이런건 단연코 빨리 없애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수령증을 주세요. 꽃집에 전화를 걸어서 받아가라고 해야겠습니다]
유우키는, 이번엔 진짜 미소를 띄우며
[안돼 실례잖아]
하며 타이르는 말투로 말했다.
[호의로 보낸 선물을 되돌려 보내는건, 좋지 않아]
[좋든 나쁘든간에, 저에겐 당신의 심정이 최 우선입니다]
[그러면, 더더욱. 난 네가 친구의 호의를 되돌려보내는건 안했음 좋겠어]
유우키는 우기는듯이 그렇게 말하곤, 덧붙였다.
[네가 여기서 인기가 많았다는건 알고있고, 지금까진 전부 [친구]였다는것도 알아. 아님, 질투하는 여자처럼 [꺄~] 하고 소리지르면서 그 꽃다발을 짓밟아보이지 않으면 불만인거야?]
[뭐......아뇨]
[내가 입으로만 납득하고있는건 아닐까, 불안한거야?]
실재로, 납득하고있는건 표면상뿐이라는걸, 유우키의 불안과 불쾌가 뒤섞인 눈빛을 보고 알아챘지만 유우키는 그걸 숨기려 하고있고, 그가 말하는 [입으로만]을 믿길 원하는거 같아서,
[아뇨]
하고 난 대답했다.
[당신은 나의 어리석은 과거를, 관대한 마음으로 받아주고있어요. 그점은 잘 알고있습니다]
유우키는 또 웃고서, 내가 한손으로 늘어트리고있는 꽃다발을 슬쩍 보고선 말했다.
[그럼, 그 꽃은 받아두는거다.단 침실에는 들이지 않을것. 식탁에 장식하는것도 기쁘지 않아. 나의 관대함은 이 정도야]
일부러인듯한 우거지상을 만들며, 마지막의 한마디로 어깨를 움츠리며 흘려버리듯 말하는 모습은, 농담을 가장한 본심의 토로이며, 유우키다운 소극적인 질투의 표명이었다.
침실과 다이닝키친은, 두사람의 사적인 공간이므로,초대받지않은 침입자는 저지하지만, 손님이 오면 응접실겸 음악실로서 쓰고있는 이 방은 공적인 장소이므로, 환영받지못할 선물이 놓여도 용납된다.
유우키는 그렇게 말했었기 때문이다.
난 물론 거기에 따랐다. 완전 마지못해서 였지만.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유우키가 뭐라하든 난 단호히 니콜에게서 온 선물등을 우리들의 보금자리에 들여놓지 말았어야 했다.
왜냐하면 그날 오후동안 차례차례로 7개의 꽃다발이 더 보내져, 처음의 1건이 전례를 만들어버린탓에 그것들은 거실의 테이블과 장식장과 피아노위를 자신의 자리인양 점거해버렸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맞춘것처럼 붉은 장미를 커다랗게 다발로 묶어놓은 그것들은, 뻔뻔한 호의로 보이는 범주를 넘어선 괴롭힘으로,내 눈에도 매우 거슬려서 난 두번다시 붉은 장미는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
전화로 주문해 둔 꽃이 도착한건, 이미 저녁에 가까워졌을때로, 선수를 빼앗긴게 오히려 괜찮은것 같았다.
마침 나도 유우키도 외출을 하려고 야회복으로 갈아입었을때, 화려하게 꽃잎이 벌어진 커다란 흰백합의 꽃다발은, 유우키의 가슴에 안겨지자 뭐라 말할것도 없이 잘 어울렸기 때문이었다.
[당신의 청아한 순정에 비하면, 순결을 상징하는 이 꽃도 요란함 감이 들지만,성 발렌타인의 축복을 맞이하는 저의 마음으로써]
이런 말과 키스를 담아 보낸 카사블랑카의 꽃다발을, 유우키는 나의 연심을 자극해 마지않을 미소를 띄우며 받아주고, 사랑스럽게 [고마워]하고 안아주고, 천천히 향기를 즐긴 후에, 테이블을 점거한 붉은 장미의 꽃다발위에 살짝 올려놓았다.
[침실에다 꽂아두는건, 다녀와서 해도 되겠지? 슬슬 나가지 않으면 안될 시간이고]
그 전에 해야 할 것도 있고요.
꽃다발의 답례를 하는듯이 내 가슴에 몸을 기대 안긴 유우키의 가늘고 섬세한 허리를 안고서 키스를 원하는 입술을 겹치려하는 순간 너무나도 원하는 마음이 솟아올랐다.
시간은......아직 조금 여유가 있고, 늦어도 그다지 뭐라 할것도 없다.
원래부터 오늘밤의 콘서트는 데이트코스의 일부로서 예정되어 있을 뿐이다.
거기서 난, 키스를 하면서 더더욱 강하게 유우키의 허리를 안고서, 나의 기분과 현재상황을 전하고 동의를 구했는데.
[안돼]
하고 부드럽게 몸을 뺐다.
[외출을 못하면, 저녁식사 제대로 못 하잖아]
[....화 난거예요?]
하고 말해봤다. 차례차례로 보내져 온 나의 예전 섹스프렌드들로부터의 꽃다발을, 유우키가 평정스런 기분으로 볼 리가 없다.
[그런거 아냐]
하고 말은 하지만, 유우키는 내 가슴 속에서 빠져나가, 그리고나서 바로 대답했다.
유우키는 화 내고 있다. 적어도 불쾌한 기분이고, 우리들이 기대하고 있었던 소중한 저녁이 엉망이되려 하고있다.
오늘은, 사랑의 성인 발렌타인의 축일일뿐만 아니라, 유우키의 26번째의 생일을 축하하는 밤이기도 한데!
유럽에 온 이유는 그에게 사사받기위해서 이다. 바이올리니스트인 로스마티씨의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며 하는 연주활동에 동행하는 수행인입장인 유우키는 올해 2월 11일엔 뉴욕에 있어서, 나는 대서양을 건너서의 전화로 축하의 말을 전하는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난 3일 늦은 오늘밤의 생일축하를 최상의 것으로 만들자고 계획을 세워 만전의 예정을 짜서 준비했었는데.
제일 중요한 유우키가 이렇게 기분이 망쳐진 상태에선 모처럼의 계획도 아무 의미가 없는게 아닌가.
[케이? 저기. 나 별로 화 안났거든?]
거짓말이군요. 그건, 상냥한 당신의 선한 거짓말입니다.
난 근처의 사이드 테이블에 놓여져있었던 두개의 장미다발을 잡아들어, 현관문을 열고, 분노를담아 밖으로 던져버렸다.
[잠깐, 케이?]
[이런걸 덥썩 받아버린게 잘못이었어요]
난 장식장앞으로 가서 그 위에 짜증날정도로 달콤한 향을 풍기는 두개의 꽃다발을 쥐어잡았다.
[잠깐, 기다리라니까!]
날아들듯 막으러온 유우키를, 난폭하지 않을정도로 뿌리치고서, 문으로 향했다.
[기다려! 알았어, 내가 어른스럽지 못했어! 사실은 오후내내 화났었어! 그치만 꽃이 잘못한건 없잖아?]
[응?]
하고 내가 꽃을 버리려는걸 멈춘것은, 유우키각 몸으로 문을 막아서서가 아니라, [꽃이 잘못한건 없다]라는 말이 핑 하고 뇌리를 때렸기 때문이다.
꽃이 잘못한건 없다......확실하다. 하지만, 이걸 보낸 녀석들은......아니다! 그러고보니 어떻게 니콜과 녀석들은 이 아파트의 주소를 알고있지?!
이곳을 찾아내는대 난, 마에스트로 키르히나 부인에게 중개를 부탁했었다.
부인은, 내가 또 빈에서 살기 시작하는데 그녀에게서 아무런 도움도 받으려하지 않아서, 꽤 속이 상했을테고, 부인과 나의 과거의 악우들과의 접점이 있을리 없기때문에, 선택할수 있는 한 가장 적당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리고 여기에 온 후로는, 그들과 만날만한 당시에 자주 갔었던 카페나 프랑스식당엔 얼씬대지 않았고,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불행한 우연도 아직까지는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즉 그.들.은. 내가 빈에 다시 돌아왔다는것도 이렇게 집을 빌린것도 모르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들은 이곳의 주소를 알고있었다.
그들의 [잊고있지 않아] 라고 말하는 듯한 유쾌한 메세지에 안절부절 못하고, 그걸 유우키가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우려에 정신이 팔려서 지금이 되도록 그런 사실에 눈치채지 못하다니, 멍청한것도 정도가 있지!
어쨌든, 이제 제대로 사태를 파악했다.
그들은 내가 빈에 돌아온걸 알고있고, 다시 시작하자는 뜻이 틀림없는 꽃다발을 보내고있다.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거기에 우선 난. 유우키에게 마음을 확인하는 노력부터 착수했다.
[이렇게 말하면 당신은 [바보다]하고 웃겠지만, 이제서야 의문이 생겼습니다. 대체 그들은 어떻게, 이 주소에 꽃을 보낼 수 있었는가. 전 그들중 누구 한명에게도,제가 빈에 왔다는걸 가르쳐준 적이 없습니다]
[에? 어래? 그럼 앙드레군은 여기엔 안 온거야?]
그건 그야말로 폭탄발언으로, 난 일순,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감이 안 잡혔다.
[그한테서 꽃은 왔었지?]
[앙드레.....말입니까?]
하고 대답했다.
[응, 거 왜, 사야코상이 있는 발레단과 공연했었던 때, <호두깍이 인형>의 엑스트라로 들어와줬던 하피스트]
[그건 알고있습니다만......]
왜 그 이름이, 당신의 입에서 나오는거죠?
유우키는 순수 그 자체인 표정으로 술술 나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저번 18일에.....였었나,응, 18일의 토요일. 내가 여기에 왔을때, 공항에서 우연히 만났었어. 그쪽은 공연여행인가 뭔가로 출발하려는 참이었던거 같았는데. 나도 깜짝 놀랐지만, 앙드레군도 놀라서 말야, 하지만 사정을 설명하려고 해도 말이 안 통하잖아? 그래서 [케이 이즈 히어]하고 여기 주소를 건내줬지]
거기까지 말했을즈음에, 유우키는 내가 속으로 [우연]을 향한 항의의 욕설을 화내면서 퍼부을듯한 기세에 눈치챘는지
[저기]
하고 말을 막았다.
[설마......잘못 한거야? 저, 그때는 개런티도 안 받고 오케스트라에 참여해준 은혜도 있고 말야. 너의 [친구]라는 점이 걸리기는 하지만, 그 사람 자체는 헝가리의 이가라시군같은 느낌이라 나쁘지는 않았고]
벌벌떨며 나의 반응을 살피는 유우키는 전혀 선의이외의 어떤 꿍꿍이도 의도도 없이, 말하자면 내 과거에 관용을 배풀려는 성의와 순정이라는것에 의해 적에게 소금을 보내는듯한* 실례를 저질러버린 것이다.
그래서 난, 억지로 만든것처럼 안보이는 미소를 겨우 만들어 싱긋해 보이며,
[별로 잘못한건 아니예요]
하고 대답을 하긴 했는데.
내 표정의 속을 읽는것에 대해선, 유치원시절부터 날 돌봐온 이자와의 통찰력보다도 뛰어나고 날카로운 눈썰미를 지닌 유우키는, 억지로 만든 웃음따위엔 속아주지 않았다.
[미안......]
하며 어깨를 늘어트리더니, 풀이죽은채 고개를 떨궜다.
[미리 입막음을 못해놓은거니까요, 당신에게 책임은 없습니다. 당신은, 앙드레는 제 친구라고 생각해서 신경을 써준거죠? 아, 그...그도 음악가니까, 그쪽방면에서의 우정을 존중해주려는 마음에서요, 당신은 앙드레에게 제 사적인 집주소를 가르쳐줬다...]
[응, 뭐....]
하고 유우키는 왜인지 확실하지 않게 대답을 웅얼거리더니,외출하기위해서 단정히 정리한 머리칼에 가늘고 예쁜 손가락을 넣더니 엉망으로 휘저었다.
[그때는, 그럴 생각이었는데......지금 생각해 보면, 그거 꼭 착한아이처럼 보이려고 허세부렸던거 같아......그, 앙드레에게 허세를 부렸다는게 아니라, 너와 나에게 말야. 넌 내 신뢰를 배신하지 않을거라고 난 믿고있으니까, 친구가 널 찾아와도 아무런 걱정도 안 해, 라고 생각하고있다는걸 너와 나에게 보여주고 싶었달까......라는게 본심이 아니었을까]
과연. 그래서 최근, 당신에게서 걸려오는 전화의 횟수가 늘었던거군요.
머리로는 [날 믿어]라고 해도, 마음은 불안했었다?
아아, 그 맘 알아요. 저도 그러니까요. 당신이 정숙하다는건 확신하고있지만,어떤 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당신과 떨어져있는 내내 불안해서 견딜수 없는걸요.
당신도 똑같았던거군요.
그런 생각을 하고있는 내 시선 아래에서, 유우키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더니, 고백하는 말투로 말했다.
[그치만 난 사실, 내마음은 관용이라는 것과는 멀리 떨어져있어. 엄청 마음이 좁은 녀석이야.그러니까, 그......꽃이 온건 앙드레군이 여기에 찾아와서 어쩌면 너와 예전에 사귀었던 시절을 회상한게 아닐까 하는 의심따위를 하고말야. 아니, 물론, 대화이상의 것을 할리는 없겠지만, 너와 앙드레군이 여기서 만났다는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지 않아서......스스로 주소를 줬으면서 말야. 왠지 앙드레군은 뻔뻔하구나, 하고 멋대로 누명을 씌우고말야. 나한테 정 떨어졌지?
네가 나에게 준 꽃다발을, 네가 받은 꽃다발위에 놓는걸로, 은근히 내 영유권을 주장하기나하고 말야]
아아, 이 악의마저도 사랑스러운, 자연스럽게 사랑스러움이 넘치는 이 사람은, 날 어디까지 매료시켜야 만족할까!
난 이미 전부터, 죽음마저 넘어서 늘 곁에서 함께할거라 믿을정도의 집착에 사로잡혀있는데, 당신은 윤회의 끝의 또 끝까지 저와 동행하고싶다고, 바라고있는겁니까?
[사랑합니다]
고백한 나에게, 낯간지러운듯 수줍은 얼굴로, 하지만 기쁜마음은 숨기지않은 미소를 되돌려주는 당신을, 제가 어떻게 놓겠습니까?!
전 윤회도 전생도 넘어서 세상이 끝날때까지 당신을 놓치않을겁니다. 당신에게만 굴복하는것을 긍지로 여기는 완고한 노예입니다.
그러니 제발, 당신 이외의 사소한 사람들을 라이벌이라고 생각해서, 당신의 마음이 평안을 잃지는 말아주세요.
나와 그들과의 관계는, 당신이라는 사람을 찾아내는대 겪은 시행착오가 가져온 [잘못]일뿐, 당신을 고민하게 할 정도의 의미는 없습니다.
실재로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네가 이런식으로 마음의 전부를 바칠수 있는건 당신뿐입니다.
자기자신도 어쩔 수 없이 아름다움에 까다로운 날,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사로잡은 존재는, 당신밖에 없습니다.
그런대도 당신은, 아직도 투덜대고있군요.
[하지만 결국 앙드레군은 여기엔 안왔고, 대신에 너의 주소를 그들에게 알려줬단거네. 너의 [친구]들은 서로 서로 친구라는거구나]
그런 하찮은걸 알고싶어 하는군요.
하지만 난, 이 문제엔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성심성의로 사랑하는 연인에게 스스로 타락하고 절제 못하던 부끄럽기만한 과거를 밝히고 싶은 남자가 있을까?
이제 그 정도로 봐주세요, 유우키. 전 충분히 후회하고 있으니까요.
거기에서 난,
[이런, 벌써 시간이]
[에? 우왓, 공연시작 놓치는거 아냐?]
[서두르면, 아슬아슬하게 들어갈 수 있겠죠]
[그럼, 빨리!]
[유우키! 코트를]
[고마워, 티켓은?! 가지고있어?! 에에또, 그리고]
[지갑이랑, 여기 열쇠]
[아, 열쇠 열쇠! 좋아, OK]
[그럼 가죠]
[아, 불 꺼야지! 난방은?]
[켜둔채 놔둬도 되겠죠]
밖에는 가랑눈이 내리고 있어서 돌로만든 길은 얼어붙어 발이 미끄러졌다.
눈이 많이 내리는 곳 출신인 유우키는 내가 구를까봐 걱정되서 발을 미끄러트린 나에게
[거봐,위험해]
하고 웃으며, 즉 우리들은 아까까지의 우울함은 날려버린 최상의 기분으로 콘서트 홀을 향해 걸음을 서둘렀다.
유우키를 위한 두번째 선물로, 모아놓은 프로그램 중에서 신중히 선택해서 손에 넣은 티켓은 유우키의 현재의 스승이기도 한 에밀리오 로스마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벨기에인 바이올리니스트 레온 린츠의 리사이틀로, 연주곡목은 그가 가장 특기로 여기는 바하의 정수. 타입으로 치자면 로스마티씨와는 대극적인 그의 연주는, 유우키에게 어떤 음악적인 자극을 주었겠지.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날아들어간 회장은 이백명정도의 손님밖에 들어갈 수 없는 작은 홀 로, 즉 오늘밤 린츠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건 이백명 뿐이라는것.
덕분에 티켓을 2장 붙어있는 자리로 손에 넣는대에는 꽤 고생했지만, 보람이 있었다.
평판 대로라는건 이미 확인 해 둔 린츠의 연주는, 내가 전에 들었었을때 보다도 훨씬 훌륭해서, 아마 그도 본인 연주중 최고였겠지.
연주가 끝난 후 보관소 앞의 인파속에서, 맡겨두었던 코트가 꺼내지길 기다리면서,
[당신은 운이 좋은거예요]
하고 말한 나에게, 유우키는 정신없이 듣고있었던 여운이 남은듯한 얼굴로,
[좋았어~~~.......]
하고 탄식했다.
[좋은 연주를 들으면 언제나,나도 저런식으로 켤 수 있었으면....하고 동경하게 돼]
[언젠가, 당신의 연주를 들은 당신의 팬이, 같은 말로 감상을 말하겠죠]
[하하......그건 물론, 그렇게 되길 바라지만. 지금의 난, 알프스처럼 우뚝 솟아있는 스승의 발끝에도 닿을까 말까 안달복달이라서. 명연주에 동경하는것도, 자신의 현실에 비교해보면 부담감이.
물론, 동경하거나 반하거나 하는걸 그만두면, 거기서 내 가능성은 끝난다는걸 아니까, 그까짓거 말로는 그래도, 목표는 낮추면 안된다는 의지로 허세를 부리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힘들어......나 정도는 커녕, 나보다 잘하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넘치고 넘치는걸]
[재주있는 바이올리니스트와 좋은 바이올리니스트는 달라요. 당신에겐 예술가로서의 재능이 있습니다. 그건 반드시 꽃을 피울겁니다]
[그러면 좋겠다. 라니,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게 지금의 내 본분인데말야.뭐, 천릿길도 한걸음 부터라고도 하고, 포기하지않고 하는 사이에, 어딘가에 도착할지도 모르고 말야]
코트를 입고서 홀을 나오자마자, 난 유우키를 에스코트해서, 예약을 해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리사이틀을 들은 홀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슈타츠오파(국립오페라좌) 근처의 [코르소]를 고른건, 이런 특별한 찬스를 구실로라도 하지 않으면, 유우키는 이런 고급 레스토랑에 오는걸 싫어하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도 정평이 나있는 가게니까요, 한번쯤은 당신을 대리고 오고 싶었습니다]
중후하고 화려한 인테리어에 둘러쌓이자마자, 고개를 획 돌려버리고싶은 모양인 유우키는, 나의 해설에 (역시 그.런.가.게. 구나)하고 말하는 듯이 살짝 어깨를 떨어트렸다.
[네가 여기저기 대리고 다녀준 덕분에,예전보다는 이런대도 익숙해졌지만. 나이프랑 포크도 어떻게든 쓸 수 있게 됐고]
[그럼 오늘밤도, 경험을 쌓는다고 치고. 이 계절이면 오리가 맛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오리라. 돌아가기시전의 할아버지가 가져오신적이 있었지. 할머니의 조카로,사냥이 취미인 사람이었는데 말야. 멧돼지 고기도 좀 나눠주러 온 적도 있었는데]
이곳에 온 뒤부터, 유우키는 예전보다 더 본가의 이야기를 하게됐다.
일본을 떠나오기 직전에 있었던 고향에서의 리사이틀이나, 모든게 익숙하지 않은 이국의 생활 속에서, 조금씩 향수를 품게되는건 자연스러운 심정이겠지.
나로서도 유우키의 어린시절의 이야기등을 듣게되는건 즐겁기때문에, 기쁘게 들었다.

- 계속....


*敵に塩を送る - 적에게 소금을 보내다
다케다 신겐과 우에스기 켄신은 서로 수도 없이 싸운 적이었다. 어느 날, 타케다가 이마카와씨
를 공격하여, 이에 분노한 이마카와씨는 타케다에게 소금의 공급을 끊어버렸다.
타케다의 영지는 산으로 이루어져 있어 소금을 얻을 수 없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생활
에 불편을 겪에 된다. 이 때, 우에스기 켄신은 "무사는 전장에서 싸우것이 도리이지, 소금이나 쌀을 끊어, 죄도 없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자 무사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라며 적인 타케다에게 소금을 보냈다는 일화 에서 나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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